서울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강남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코엑스에 방문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코엑스만한 실내 데이트 장소가 없죠. 코엑스가 위치한 삼성역을 지날때면, 선정릉역을 종종 지나가기도 합니다. 선정릉이 왕릉이 위치한 곳인걸 알고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있으실까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저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라면 선정릉이 왕릉이라는게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실 거에요. 저는 선정릉이 왕릉이라는 것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다가, 그 아름다운 경치와 조화로운 자연에 흠뻑 빠졌습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선정릉역의 선릉을 소개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조선 왕릉 소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때부터 전래되어온 유교 사상에 따라 왕의 무덤에 효와 예를 갖추어 온전히 보존하였습니다. 조선 왕릉의 경우 조선시대 (1392~1897)과 대한제국 (1897~1910) 시대에 통치하던 왕과 그의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도 매년 조선 왕릉에서는 왕릉제향을 지내면서 그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왕릉의 위치는 당시 전문가들이 엄격하게 풍수지리를 탐색하여 최고의 명당을 선정하였습니다. 풍수지리를 탐색한다는 의미는 생명을 불어 넣는 땅의 기운을 살피는 것입니다. 주변의 산의 모양과 기운, 땅과 물의 흐름 등을 판단하여 그 터에 자리 잡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킵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최고 권력자인 왕과 그 가족에게 가장 기운과 흐름이 좋은 곳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렇게 신중하게 터를 잡은 조선의 왕릉은 무려 500년이라는 긴 발전의 시간동안 정성스럽게 관리가 되어왔습니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6월 30일 대한민국 소재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조선왕릉 유형
- 단릉 : 단릉이란 왕과 왕비의 능이 다른 능과 함께 조성되지 않은, 단독으로 조성된 능을 말합니다.
- 쌍릉 : 쌍릉이란 왕과 왕비의 능이 나란히 놓인 능입니다.
- 합장릉 : 합장릉은 왕과 왕비의 능이 한 곳에 놓였지만, 쌍릉과 달리 하나의 무덤 속에 두개의 능이 조성되어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커다란 하나의 능처럼 보입니다.
- 동원이강릉 : 중심에 정자각을 두고 양 옆 두 개의 다른 언덕에 능을 조성한 유형을 동원이강릉이라고 합니다.
- 동원상하릉 : 동원이강릉과 달리, 동원상하릉은 같은 언덕의 위 아래에 능을 조성한 유형입니다.
- 삼연릉 : 왕과 두 명의 왕비의 능을 일렬로 나란히 붙여 조성한 능을 삼연릉이라고 합니다.
선릉 소개
선릉은 서울 강남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역삼역과 삼성역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2호선의 선릉역이나 수인분당선과 9호선이 지나는 선정릉역에서 내리면 금세 도착할 수 있는 중간 지점입니다. 선릉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이 곳은 선정릉이라 불리지만 선정릉은 하나의 묘가 아니라, 선릉과 정릉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선릉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묘를 일컫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왕릉의 유형 중 동원이강릉(중심에 정자각을 두고 양 옆 두 개의 다른 언덕에 능을 조성한 유형)에 속합니다. 성종은 조선의 9번째 왕으로, 덕종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할아버지인 세조가 성종을 잠시 돌보아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마음씨가 곱고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서예와 서화에 실력을 뽐내며 세조의 품에서 많은 애정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종은 왕위에 올라있던 작은 아버지 예종이 세상을 떠난 후 13세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왕위에 오른 후 1473년 (성종 4), 정현왕후를 후궁으로 맞이하였습니다. 정현왕후 윤씨는 이후 연산군의 생모인 윤씨가 폐위된 후 왕비로 책봉되었습니다. 그 후 정현왕후는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귀하게 키웠다고 합니다.
성릉은 성종이 세상을 떠난 후 1년 뒤인 1495년 현재의 자리에 조성되었으며, 정현왕후가 69세에 세상을 떠나자 (1530년) 선릉의 동쪽에 능을 조성하였습니다. 따라서 선릉에 위치한 정자각의 앞에서 바라보았을때 오른쪽 능이 정현왕후의 능이고, 왼쪽 능이 성종의 능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